골로새서(Colossians, Πρὸς Κολοσσαεῖς)는 어떤 책인가?
골로새서(Colossians, Πρὸς Κολοσσαεῖς)는 어떤 책인가?
일반적 개요
골로새서는 헬라어로 “Πρὸς Κολοσσαεῖς”(Pros Kolossaeis), 즉 “골로새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의미를 지니며, 한글 성경에서는 “골로새서”로 번역됩니다. 본서는 사도 바울이 로마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에바브라를 통해 복음을 들은 골로새 교회의 신자들에게 보낸 옥중서신입니다. 기록 시기는 대체로 AD 60~62년경으로, 빌립보서, 에베소서, 빌레몬서와 함께 바울의 옥중 4서신 중 하나로 분류됩니다. 이 서신은 당시 교회를 위협하던 혼합주의적 이단 사상, 즉 유대주의적 금욕주의와 헬라 철학의 영향을 받은 신비주의 사상에 대응하여, 그리스도의 신성과 충만, 그리고 성도의 새 삶을 강조하고자 기록되었습니다. 에베소서와 내용이 비슷하여 쌍둥이 서신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골로새서의 구조
-
서론: 인사와 감사 (1:1–8)
-
바울의 기도와 그리스도의 위엄 (1:9–23)
-
바울의 사역과 교회에 대한 책임 (1:24–2:5)
-
그리스도 안에서의 충만함과 이단 경계 (2:6–23)
-
새 사람으로의 삶과 공동체 윤리 (3:1–4:6)
-
결론과 인사 (4:7–18)
골로새서의 줄거리
골로새서는 바울이 직접 세우지 않은 교회, 즉 동역자 에바브라의 전도로 세워진 골로새 교회에 보낸 서신입니다. 서두에서 바울은 자신과 디모데의 이름으로 편지를 시작하며, 골로새 성도들의 믿음과 사랑, 복음의 열매맺음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도합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성도들에게 지혜와 총명을 더해 주시고, 그들이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알며, 모든 선한 일에 열매를 맺기를 구하고 있습니다.
1장 중반부터 바울은 본격적으로 그리스도의 위엄을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이시며, 모든 창조물보다 먼저 나신 분으로서 만물이 그에 의해 창조되었고, 그를 위해 존재합니다.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이시며, 십자가의 피로 화목을 이루신 구속의 중보자이십니다. 이러한 고백은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 창조와 구속, 우주적 통치의 중심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신학적 정수를 담고 있으며, 이단적 교리의 뿌리를 단호히 차단하는 선언입니다.
1장 후반부터 2장 초반까지는 바울 자신의 사역에 대한 설명과 골로새 교회에 대한 관심이 이어집니다. 그는 자신이 교회를 위하여 고난을 받는 것을 기뻐하며, 자신이 감당하는 직분은 하나님의 말씀을 이루는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바울은 모든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기 위해 수고하며, 이를 위해 그리스도의 능력이 그 안에서 역사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그는 골로새와 라오디게아 성도들을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전하며, 그들이 마음에 위안을 받고 사랑 안에서 연합하며,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의 모든 풍성함에 이르기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2장 중반부터 바울은 이단 사상에 대한 명확한 경계를 제시합니다. 그는 성도들에게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았으니, 그 안에서 행하라"고 권면하며, 철학과 헛된 속임수, 사람의 전통, 세상의 초등학문을 따르지 말라고 명합니다. 이는 당시 골로새 교회에 침투하던 율법주의적 의식주의와 천사 숭배, 금욕주의 등 다양한 혼합주의적 교설을 반박하는 내용입니다.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며, 성도들은 그 안에서 충만함을 얻었음을 밝히고, 세례로 그리스도와 함께 장사되고 다시 살아났음을 강조합니다. 율법의 조문과 의식, 절기와 금식 등은 그리스도 안에서 실체가 이미 도래한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점을 확고히 하며, 성도들은 이러한 외적 규례에 사로잡히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3장부터는 신자의 실제적인 삶에 대한 권면이 시작됩니다. 바울은 위의 것을 찾고, 땅의 것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며, 성도는 이미 죽었고 그 생명이 그리스도 안에 감추어졌다고 선언합니다. 그러므로 땅에 속한 음욕, 탐심, 분노, 악의, 비방, 거짓말을 벗어버리고, 자비, 겸손, 온유, 오래참음, 사랑의 띠로 서로를 묶으라고 권면합니다. 이는 새 사람의 옷을 입고, 그리스도의 말씀이 풍성이 거하며, 시와 찬송과 신령한 노래로 서로를 권면하며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라는 명령으로 이어집니다. 그리스도의 평강이 마음을 주장하고, 감사가 넘치는 삶을 살며, 무엇을 하든지 말이나 일에 주 예수의 이름으로 행하라는 보편적 윤리의 기초가 형성됩니다.
3장 후반부부터는 가정과 사회 속의 윤리가 다루어집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하고,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며, 자녀는 부모에게 순종하고, 부모는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며, 종은 주인을 기쁘게 하고, 주인은 공평하게 대우하라고 권면합니다. 이는 당시 가부장적 사회 질서를 뒤흔드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정신으로 그러한 질서를 거룩하게 하고 새롭게 갱신하는 윤리적 접근입니다. 4장에서는 기도와 전도의 문이 열릴 것을 위해 기도하며, 외인에 대해 지혜로 행하고 은혜로운 말을 하라고 권면합니다. 이어 바울은 두기고와 오네시모를 통해 소식을 전하게 하고, 여러 동역자들—마가, 아리스다고, 누가 등—의 인사를 전하며, 서신을 라오디게아 교회와도 교환하여 읽을 것을 명하고, 아킵보에게 받은 사역을 충성스럽게 감당하라는 마지막 당부로 서신을 마무리합니다.
골로새서의 성경신학적 의의
골로새서는 신학적으로 그리스도의 충만성과 신자의 연합된 정체성을 중심으로, 교회론과 윤리, 성화와 이단 대항이라는 주제를 풍성히 담아냅니다. 첫째로, 이 서신은 그리스도 중심적 신학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단지 구속의 중보자일 뿐 아니라, 만물의 창조자요 보존자이시며, 교회의 머리로서 전 우주의 중심이 되십니다. 신성과 인성의 통일, 그리고 구속사적 우주론은 골로새서의 중심 주제로, 이는 칼케돈 신조와 개혁주의 기독론의 토대가 되는 교리를 제공하는 강력한 본문입니다.
둘째로, 골로새서는 이단과 비진리를 대항하는 교리적 방파제 역할을 합니다. 당시의 혼합주의는 오늘날의 포스트모던 신비주의, 율법적 신앙주의, 혹은 자기계발적 복음 변형 등과 유사한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바울은 그에 대한 해법으로 그리스도의 충만성과 그 안에서의 충만함을 제시합니다. 성도는 그리스도 안에 거하며, 외적 의식이나 금욕주의, 영적 환상에 의지할 필요가 없으며, 복음은 더 이상 무엇으로도 보충할 필요가 없는 완전한 계시라는 점을 확언합니다.
셋째로, 본서는 성도와 그리스도의 연합 교리를 심화시킵니다.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함께 살아난 자라는 정체성은, 죄에 대한 죽음과 의에 대한 새 삶을 상징하며, 이는 성화와 삶의 모든 영역에 복음이 적용되어야 함을 뜻합니다. 성도는 개인적 차원뿐 아니라 공동체와 사회적 차원에서도 복음의 실천을 통해 새 사람으로 살아야 하며, 이는 성령의 내적 역사와 외적 행실의 일치를 요구합니다.
넷째로, 골로새서는 실천적 윤리의 핵심이 그리스도 중심성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바울은 말이나 일이나 무엇을 하든지 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하라고 명하며, 이는 신자의 삶이 단지 도덕적 규범이 아닌,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있는 거룩한 행위임을 의미합니다. 이는 개혁주의 윤리학이 강조하는 ‘모든 영역의 그리스도 주권’ 사상과 직결됩니다. 그리스도인은 가정, 직장, 사회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행하며, 삶의 전 영역을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자리로 삼아야 합니다.
다섯째로, 골로새서는 교회의 본질과 성도의 공동체 생활을 강조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서로를 돌보며, 감사와 기도로 무장하고, 외부 세계에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가진 존재입니다. 이는 교회를 단지 예배 공동체로서가 아니라, 복음적 질서와 권위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 가운데 드러내는 언약 공동체로 이해하는 개혁주의 교회론의 기본 원리를 제시합니다.
결론적으로, 골로새서는 짧지만 심오한 신학적 밀도를 가진 서신으로, 그리스도의 충만, 복음의 완전성, 성도의 새 사람 됨, 그리고 교회 공동체의 실천적 윤리를 통합적으로 조망합니다. 보수적 개혁주의 신학의 관점에서 이 서신은 오늘날 교회가 붙들어야 할 복음의 본질과, 문화 속에서 분별력 있게 살아갈 윤리적 기준을 제시하는 결정적인 지침서입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