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Ecclesiastes, קֹהֶלֶת)는 어떤 책인가?
전도서(Ecclesiastes, קֹהֶלֶת)는 어떤 책인가?
일반적 개요
전도서는 히브리어로 "코헬렛"(קֹהֶלֶת)이라 하며, 이는 ‘회중에게 말하는 자’ 또는 ‘설교자’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영어 성경에서는 Ecclesiastes로 번역되었으며, 이는 헬라어 ‘에클레시아’(ἐκκλησία)의 여성형으로, ‘회중’ 또는 ‘모임’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한글 성경에서는 이 단어를 ‘전도자’, 혹은 ‘전도서’로 번역하였습니다. 본서의 저자는 전통적으로 솔로몬으로 알려져 있으며, 본문 속에서도 자신을 다윗의 아들이자 예루살렘의 왕이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록 시기는 솔로몬의 말년, 곧 기원전 10세기경으로 추정되며, 인생을 경험하고 나서 얻은 지혜와 회고의 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수적 개혁주의 관점에서 전도서는 인간의 모든 지혜와 노력, 쾌락과 성취가 하나님 없는 삶 속에서 얼마나 헛된지를 드러내며, 결국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을 지키는 것이 사람의 본분임을 강조하는 지혜 문학으로 평가됩니다.
전도서의 구조
- 서론: 헛됨의 선언과 인생 탐구의 동기 (1장 1절~11절)
- 지혜와 쾌락의 추구와 그 헛됨 (1장 12절~2장)
- 인생의 때와 하나님의 섭리 (3장)
- 사회와 인생의 모순들 (4장~6장)
- 지혜자의 권면 (7장~11장)
- 결론: 젊을 때 창조주를 기억하라 (12장)
전도서의 줄거리
전도서는 “헛되고 헛되며, 모든 것이 헛되다”는 선언으로 시작합니다. 이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사상으로, 인간의 노력과 성취가 하나님 없이 이루어질 때 모두 헛됨에 지나지 않음을 선언합니다. 전도자는 지혜, 쾌락, 부, 명예, 노동, 공부 등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체험하였고, 그 결과가 궁극적인 만족이나 의미를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는 “해 아래에서”라는 반복적인 표현을 통해, 하나님을 배제한 인생의 허무함을 강조하며, 인간이 아무리 애써도 세상에서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없음을 말합니다.
전도자는 지혜를 얻기 위해 자신을 연구와 탐구에 몰두시켰지만, 지혜조차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고백합니다. 또한 그는 쾌락과 즐거움을 좇았고, 노래와 술, 예술과 정원, 종과 처첩, 재산을 누려보았지만, 그 모든 것이 헛된 것이었음을 토로합니다. 심지어 인간의 노동조차도 결국 죽음 앞에 무의미하게 사라진다고 말하며, 모든 인간은 결국 죽음이라는 동일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현실을 직시합니다. 이로써 전도자는 인간의 전 생애가 한낱 안개와 같으며, 그것이 얼마나 일시적인지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전도자는 단순한 염세주의자가 아닙니다. 그는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인정하며, 모든 일에는 정한 때가 있으며 하나님이 그 때를 따라 일하신다고 고백합니다. 전도서 3장은 인간의 삶 가운데 일어나는 모든 일들—출생과 죽음, 심고 뽑는 일, 사랑과 미움, 전쟁과 평화—이 모두가 하나님의 손 안에 있다는 고백으로, 인간의 계획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가 중심이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자신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겸손히 살아가야 함을 배웁니다.
전도자는 또한 사회 구조와 인간의 불의함, 부조리를 관찰합니다. 권세 있는 자들이 압제하고, 정의가 사라진 곳에서 무력한 자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보면서도,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심판하시리라는 신앙적 확신을 말합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완전한 공의가 실현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하나님 앞에서 바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권면합니다. 그는 지혜로운 자가 어리석은 자보다 나은 점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죽음 앞에서는 모두 동일하다는 점에서 세상적 성공이나 성취에 대한 환상을 버릴 것을 촉구합니다.
이러한 관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전도자는 인생의 진정한 행복은 하나님의 선물로 주어진 것을 감사히 누리는 데 있으며, 특히 젊은 날에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며 그분을 경외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자의 시선으로, 젊을 때의 힘과 기쁨이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는지를 묘사하면서, 지금 이 순간 하나님 앞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마지막 12장에서는 인생의 결론을 선언하듯,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의 명령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니라”라고 말하며, 전도서는 하나님의 심판 앞에서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재정립하는 데 그 중심을 둡니다.
이처럼 전도서는 단지 허무함을 말하는 책이 아니라, 그 허무함 속에서도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섭리, 인간의 경건한 책임과 삶의 의미를 강조하는 신학적 고백의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도서가 성경신학적 의의
전도서는 보수적 개혁주의 신학에서 매우 중요한 신학적 통찰을 제공하는 지혜 문학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인간 중심적 삶과 세속적 가치 체계의 헛됨을 철저히 해체하며, 참된 삶의 목적과 기준이 하나님 중심에 있음을 선포합니다. 전도서는 모든 피조물이 피조물의 자리를 떠나 창조주 하나님 없이 의미를 찾으려 할 때, 그것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파괴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책입니다. 이는 인간의 죄성과 허무함, 그리고 인간적 시도들의 한계를 철저히 보여주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전도서의 반복되는 주제인 “헛되다”는 말은 단순한 비관주의가 아니라, 하나님 없는 삶의 실상을 신학적으로 묘사한 표현입니다. 이는 창세기 3장에서 인간이 범죄함으로 인하여 얻게 된 죄의 결과로, 타락한 세상이 보여주는 실존적 현실을 정직하게 드러냅니다. 이로써 전도서는 복음의 필요성을 전제하고,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지는 참된 생명과 소망의 중요성을 돋보이게 합니다. 곧, 전도서는 복음을 위한 준비 작업과도 같은 역할을 하며, 인간이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진정한 지혜나 만족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가르칩니다.
또한 전도서는 하나님의 섭리를 강조하며, 인간의 삶의 주관자가 하나님이심을 반복적으로 상기시킵니다. 인간의 모든 수고와 계획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만 의미를 갖습니다. 이는 신자의 일상생활, 직업, 가정, 사회적 역할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살아야 함을 가르치는 개혁주의 신앙의 실천적 적용과도 일치합니다. 하나님은 무관심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일상과 역사 속에 섭리로 개입하시는 주권적 하나님이시며, 이는 전도서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나는 신학적 주제입니다.
전도서의 마지막 결론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계명을 지키라는 명령으로 요약되며, 이는 율법의 정신이자 신자의 성화의 삶을 반영하는 핵심 진리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은 단순히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을 인격적으로 신뢰하며 말씀에 순종하고 경건의 삶을 사는 전인격적 반응을 의미합니다. 이는 잠언서와의 신학적 연계성을 가지며, 경건한 지혜가 곧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에서 출발한다는 개혁주의 지혜신학의 중요한 토대를 형성합니다.
전도서는 종말론적 관점에서도 의미가 깊습니다. 이 땅에서의 모든 삶이 결국 종말을 맞이하게 되며, 모든 행위는 하나님 앞에 드러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선언은, 신자가 현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는 신약의 종말론과 그리스도의 재림을 소망하며 살아가는 신자의 삶과도 깊이 연결되며, 전도서의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경고와 격려의 말씀으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전도서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 대한 반박이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만이 유일하게 의미 있고 복된 삶임을 선포하는 책입니다. 모든 신자는 전도서를 통해 세상의 헛된 욕망을 버리고, 하나님의 말씀과 섭리 안에서 참된 지혜와 평안을 얻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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